6.29.2007

뜨거운 녀석들 (Hot Fuzz)

영국 영화.

뮤직 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능숙한 초스피드 화면 전환기법엔 감탄했다. 특히 초반부에 Nicholas가 Sandford로 쫓겨나기까지의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예술적으로 잘 찍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영화 중반까지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 시리즈 영화가 연상되었고 -- 특히, 마을의 각종 "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지는 장면에선, 『오리엔트 특급살인』이 생각났다 --

정말 현실성 제로로 치달아가는 후반부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액션 영화의 패러디의 연속이다. 분명,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의 패러디인데 -- 사실 이 영화 전체가 --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나고.


스토리는 아무래도 좋았던 거다 이 영화의 제작진은. 스토리는, 그저 패러디와 패러디를 연결하기 위한 수단말고는 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 힘들다면, 영화는 불쾌할 수도 있다.


근데, 그럴꺼면 아예 깔끔하게 질질 끌지 말고 속전속결로 갔었으면 좋았을껄.. 재기 넘치는 패러디들과 위트있는 영국식 조크들의 유쾌함, 그리고 세련된 화면 에디팅을 가지고도 무마하기 힘들 정도로 진행이 너무 느렸다는 게 옥의 티.

안 그랬으면 생애 favorite 영화 리스트에 들 수도 있었을 텐데, 아깝다.



아, 이 영화가 18세 관람가인 이유는, 살해된 시체를 현실성은 없지만 -- 피가 아니라 페인트고 사람얼굴이라기 보다는 고무인형의 얼굴 -- 그로테스크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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